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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말들/생활

‘자린고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네 겨울나기

by robust_Lee 2008.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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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생활2.0] ‘자린고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네 겨울나기

겨울 난방비 3천원~1만원…새시 레일에 스티로폼

TV는 꼭 보는 시간에만…화초는 태양열로 키워라


집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난방을 하거나, 아니면 찬바람을 막는 것.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현명할까? 경기 불황으로 지갑 사정이 팍팍해질 땐 자연스레 에너지를 덜 쓰는 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에너지=돈’이니 말이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네의 겨우살이 역시 에너지를 절약하는 쪽이다. 헌데 그 정도와 방식이 남다르다. 주변 사람들이 ‘에너지 자린고비’라는 별칭을 붙여줄 정도다. 서울 도심 111.21㎡(33평) 아파트인 이 집의 난방비는 같은 동 가구 평균치의 절반을 밑돈다. 한 해 중 가장 추운 1월 난방비가 1만원대(2008년, 공동부담료 제외). 2월은 3천원이 채 안된다. 관리사무소에서 확인한 내용이다. 급탕비와 전기료 또한 다른 집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생활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3인 가구인 이 집의 에너지 절약 비법을 들여다본다.

모여 살아라

“더우면 덜 입고, 추우면 더 입는 게 비법이에요.” 아내 이수경씨가 밝히는 에너지 절약법이다. 이 집의 겨우살이엔 덧버선이나 털이 복슬한 수면 양말이 필수. 또 하나의 필수품은 카디건이다. 여기에 따뜻한 차 한잔과 무릎담요 정도만 있으면 실내가 아늑해진다. 거실은 서재로 만들고, 식사는 상을 펴 안방에서 한다.

추울 땐 안방에 온 식구가 모인다. 방이 3개나 있지만 불기가 있는 곳은 안방뿐이다. 보일러는 거의 틀지 않는 편. 보통 전기장판에 담요를 깔아 온도를 유지한다. 안방에는 꼭 필요한 가구 외에 부피 작은 운동기구와 20인치대 텔레비전이 놓여있다. 텔레비전은 동생이 버리려는 걸 갖고 왔다. 이씨는 “작은 가전제품을 오래 쓰는 것 자체가 에너지 절약”이라고 했다. 안방에 텔레비전을 두어 온 식구가 모이면 넓은 거실을 통째로 난방하지 않아도 되고, 도타운 정도 쌓인다. 방 하나 전체를 데우는 것보다는 전기장판을 잠시 틀면서 이불을 함께 덮는 것이 건강이나 환기 면에서도 더 좋다.

바람을 막아라


겨울철 ‘에너지 도둑’은 매서운 바람이다. 공동주택은 원리상 위아래 집이 서로 온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라고 냉기가 완벽하게 차단되는 건 아니다. 베란다 새시 위아래에 촛불을 대보면 얼마나 ‘왕바람’이 들어오는지 알 수 있다. 이 집 식구들은 겨울이 찾아오면 철물점에서 파이프를 싸는 스티로폼을 사 반으로 가른 뒤 새시 위아래에 끼워둔다. “틈새만 막아도 열손실을 최대 2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조 기자는 말한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때는 문풍지를 잠시 빼놓으면 된다.

외풍을 막는 문풍지는 올겨울 ‘히트상품’이다. 경기 불황과 맞물려 열손실을 막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문풍지와 방풍비닐 등을 제조·판매하는 3엠(3M)사에서 관련제품 매출은 지난해에 견줘 50% 가량 늘었다. 쇼핑몰 인터파크도 문풍지·방풍비닐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00% 늘었다고 밝혔다. 이 모두가 경기 악화에 따른 가정내 전력·난방비 절감을 위한 구매력 상승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물 한 방울도 다양하게

이 집의 온수(급탕) 사용량은 겨울철 평균 2톤. 같은 평수 다른 집은 평균 7톤으로 3배가 넘는다. 식구가 세 명으로 단출한 덕도 있지만, 다른 집에 견줘 1인당 평균 온수 사용량이 턱없이 낮다. 비법은 ‘함께 쓰고 다시 쓰는’ 데 있다. 온 식구가 집안에 있는 날을 잡아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은 뒤 차례차례 목욕한다. 찬물을 좋아하는 조 기자가 마지막 순서다. 그래도 남은 물로는 욕실을 씻는다.

아껴쓴다고 아예 취미생활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 거실엔 가로가 족히 2미터는 됨직한 어항이 있다. 몇 년 전 이웃이 버린 것을 가져와 고쳤다. 어항 속엔 수초, 조개류, 물고기가 산다. 다슬기류가 어항 속 물이끼를 대체로 청소하고, 새로 물을 갈아줄 때는, 물을 버리지 않고 화분에 준다. 물속에 있는 조개류와 물고기의 배설물은 그 자체가 훌륭한 비료이기도 하다. 이 집엔 가습기가 없다. 베란다와 거실 곳곳을 차지하고 있는 화분이 공기정화와 가습기 구실을 한다.

전기 먹는 하마를 잡자

이 집은 불 위에 얹는 압력밥솥보다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전기압력밥솥을 쓴다. 과자 굽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최근 전기오븐도 사주었다. 식구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좋아해 겨울이면 커다란 트리도 세운다. 하지만 전기 사용량은 적다. 다른 집에 견줘 평균 100kw를 적게 쓴다. 전기료는 누진세이기 때문에 조금만 많이 써도 전기료가 껑충 뛴다.

조 기자가 전해주는 전기 절약법은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선 불을 끈다, 텔레비전은 볼 때만 튼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런 소소한 것들이 전기사용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지도 않으면서 ‘백그라운드’로 틀어놓거나 틀고 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꼭 필요한 곳에만 전기를 쓰는 것, 이것이 전기에너지 절약의 핵심이다.

태양열을 받아라

오후 3시10분. 조 기자네 집의 ‘햇살 마감시간’이다. 햇볕을 받으며 사진을 찍자마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시간에 해가 기울었다. 조 기자의 집은 7층이다. 보통 7~8층을 ‘로열층’이라고 부르지만, 햇볕이 드는 점만을 고려하면 ‘로열’이 아니란다. 태양 고도가 낮은 겨울엔 아파트 앞 동의 그늘 때문에 낮은 층수부터 태양이 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 사람들은 사람이 없는 낮에도 커튼을 쳐놓지 않는다. 햇볕이 나는 동안 태양열을 최대한 집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낮시간 동안 햇살을 충분히 머금은 화분들은 냉기가 완벽하게 차단된 베란다를 온실 삼아 싱싱하게 자란다.


글 이유진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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