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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말들/생활

“월급70% 이자로 내도 집 사둬야 안심”

by robust_Lee 2006.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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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70% 이자로 내도 집 사둬야 안심”

  20~30代도 부동산 광풍… ‘대출받아 집사기’ 유행
    “돈 모아선 집장만 못한다” 억대 빚 짊어지고 허덕허덕
      “집만 있으면 모든게 OK” 싱글들 이성관까지 변해


  연봉도 낮았고, 직업도 그다지 내세울 것 없었다. 회사원 김기선(여·26)씨는 “처음에는 ‘뭐야, 젊은 사람이 재수없게…’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친구들의 반응은 달랐다. “다들 ‘너무 괜찮은 조건이니까 만나보라’고 등을 떠밀더라고요. 요즘 집 있으면 소개팅에서 인기 최고래요.”

  회사원 임모(30)씨는 2000년쯤 할머니로부터 서울 강남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물려받았다. 임씨는 “친구들 모임에서 6억 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나자, 여성들의 이목이 집중됐다”며 “한 여성은 ‘강남 아파트 한 채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광풍(狂風)은 젊은 층의 세태도 바꾸고 있다. 결혼 전에 집부터 사는 건 예사요, 결혼 후에도 집값을 줄이려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신(新) 캥거루족’도 생겨났다.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31)씨는 요즘 친구들 만나는 걸 뚝 끊었다.

  한 달 수입 중 50만원이 고스란히 이자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보던 뮤지컬이나 영화를 요즘은 한 달에 한 번도 채 못 본다.

  여자친구와 데이트는 주말에만 하되, 외식은 삼가고 값싼 데만 골라 다닌다. 김씨는 2003년 경기도 양주의 P아파트(33평형)를 1억4800만원에 구입했고, 이 중 1억 원은 빚이다.

  “이자 비용을 부담하는 게 만만치 않지만, 어차피 적금 낼 돈으로 대출금 이자 낸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5000만원이나 올랐어요. 적금 모았으면 그 돈을 모았겠어요?” 김씨는 요즘 정부에서 대출금리를 인상할까 봐 걱정이 태산이다.

  결혼 4년차 맞벌이 주부 안모(36)씨는 올 4월 서울 서대문의 친정부모 아파트로 이사했다.

서울 봉천동의 26평 아파트를 판 돈 2억 원이 고스란히 남았다. 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20평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재개발 지분을 샀다. 앞으로 돈을 더 모아 30평대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지분을 살 계획이다.

“친정 어머니가 딸을 돌봐주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쓸데없는 집값을 줄이자는 이유가 컸습니다. 그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면 훨씬 이득이죠.”

  30대 싱글 여성들 또한 ‘집테크’가 유행이다. 최모(여·31)씨는 지난 6월 서울 상계동의 22평 아파트를 1억2000만원에 샀다.

  미혼인 그는 “7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돈을 다 털었다”고 했다. 그는 “은행 금리가 워낙 낮아서 돈을 굴릴 수도 없고, 요즘엔 그저 집을 사두는 게 제일 안전한 재테크”라며 “요즘은 싱글 여성들이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일단 작은 집 한 채를 제 몫으로 사두는 게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혼부부도 전셋집에서 시작하는 건 옛말이다. 주부 허정이(27)씨는 지난 2월, 결혼한 지 10개월 만에 강남에 있는 25평형 아파트를 구입했다. 집값은 총 5억1000만원. 남편 회사와 은행에서 3억 원의 빚을 냈다.

  한 달에 갚아야 할 이자만 180만원. 남편 월급의 70%가 꼬박 이자로 나간다.

  허씨는 “외식도 줄이고, 쇼핑도 자제하고 생활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구입 당시에도 ‘너무 비싸다’고 하던 집값은 그새 벌써 2억 원 가까이 올랐다.

“제 주변에도 용인이나 목동 쪽에 집을 사놓는 친구들이 많아요. 요즘엔 결혼하면서 무조건 집부터 사놓고 봐야지 안 그러면 평생 집 장만 못합니다.”

  젊은 층의 ‘집테크 강박증’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중하라고 지적한다. 신한은행 고준석(42) 부동산재테크팀장은 “내 집 마련이 갈수록 어렵다 보니 젊은이들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경우가 예전보다 많이 늘어났다”며 “젊을 때일수록 겨우 한 채를 구입하는 것이므로 재테크보다는 내 집 마련에 집중해 본인이 부담할 수 있는 이자 범위 내에서 대출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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