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박람회에 수천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특히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월 200만원이면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동남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태국 필리핀 말레이지아에 관심들이 많았다고 한다.
<월 200 만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을 할 수 있다> 는 말은 이주 여행사들의 선전 문구인가 아니면 언론이 만들어 낸 말인가?
방콕에서 30 ~ 40평 정도 아파트의 월 임대료는 80 ~ 130 만원 이다.
이 정도가 외국인으로서 겨우 품위 유지를 할 수 있는 수준 이다.
그 이하로 내려가면 태국인의 수준에서도 중 하류 생활이다.
‘황제와 같은’의 뉴앙스에 비슷하게 좇아가려면 60 ~ 80 평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이 정도가 되면 아파트 월세만 200 ~ 250 만원 정도 이다.
황제 중에서도 하류 황제로 보고 월 130만원 임대 아파트에 산다고 볼 때 나머지 70 만원으로 황제와 같은 생활이 되겠는가?
쿠아알라 룸프르는 물가가 방콕 보다 비싸다. 마닐라는 좀 싼 편이라고 듣고 있다. 그러나 이 세 도시가 다 관광객이 몰리는 도시 이기 때문에 다른 물가에서 대동소이 하다.
아파트 월세 내고 나머지 70 만원으로 살 수는 있다. 밥은 매일 쌀 국수나 사먹고 전철과 버스 타고 다니면 된다. 여행 갈 여유는 없다.
현지인 식모도 월 20만원은 주어야 하기 때문에 식모 두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이 것이 ‘황제와 같은 생활’ 인가?
인터넷 포털 싸이트에 태국에 막 정착했다는 어떤 노 부부의 생활을 소개하면서 골프장이 싸서 매일 골프 치면서 소일 하고 있다고 하는데 먼 골프장까지 차 없이 갈 수 있는가? 자동차를 갖고 있으면 월 자동차 경비가 또 얼마 이겠는가? 그 노인들은 현재는 골프장 안의 간이 숙소에서 생활 한다고 하는데 생필품이나 조리 시설 가구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여인숙 같은 곳에서 365일을 살 수 있겠는가?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은퇴 노인들의 외로움 이다.
친구도 없고 갈데도 없다. 어쩌다 친구가 될 만한 태국인을 만난다 해도 언어 소통이 안되니 소 닭 보듯 지나칠 수 밖에 없다.
사철 30 도가 넘는 기후이다 보니 밖에 다니기도 어렵지만 소일 하러 갈 마땅한 곳도 없다. 태국의 경우 산이 없으니 등산도 어렵고 낚시터도 없다. 낚시할 만한 호수는 있지만 30도가 넘는 무더위를 무릅쓰고 한나절만 앉아 있으면 모두 일사병으로 쓸어질 것이다.
노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배지도 이런 유배지가 없다. 옛날 한국에서 귀양살이를 했던 정철이나 윤선도 같은 사람들은 사철 농사도 짓고 고기잡이 낚시질 친구들과 음풍농월로 세월을 보냈다.
태국에선 이런 일이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다.
한국은 노인을 위하는 전통이 존재한다. 동남아에서 이런 걸 기대할 수 없다. 잘못한 일이나 실수에 대해서 젊은 사람한테 혼나면서 살지 않으면 안된다. 거치장 스럽게 행동 한다면 뒤에서 욕을 해댈 것이다.
미국으로 자식들 따라 이민 갔던 노인이 집에 방화를 하고 자신도 같이 타죽은 사건이 있었다.
이 노인이 처했던 문제를 자세히 써놓았던 기사를 본적이 있다.
아들과 며느리는 하루에 두탕 세탕 뛰는 알바이트에 파김치가 되어서 12시에나 들어 온다. 손자 손녀들이 학교에서 오면 저희들 생활에 바빠 밖으로 돌지 할아버지 한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밖에 나가 봐야 말 상대를 찾을 수도 없다. 그런 상대를 발견해도 말이 안되니 친구가 될 수 없다. 햄버거 집 같은데라도 들어가서 앉아 있으려 해도 말이 안되니 주문도 어렵고 적당히 말을 해서 분위기를 잡을 수도 없으니 눈치가 보여 앉아 있기도 힘들다. 자식들이 늦게 들어 오는 날 배가 고파 혼자서 밥이라도 해보려 시도 해 보았으나 부엌 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어 밥하는 요령도 터득하지 못한채 한 평생 살아 왔다. 라면 한 번도 자기 손으로 끓여 본 적이 없다.
나중에는 정신 분열증 비슷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자식들에게 손자 손녀들에게 욕도 하고 행패도 부리고 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집에 방화하고 자신도 휘발유를 온몸에 뿌린채 자살을 택했다.
한국의 노인들이 자식들과 손자 손녀 친척들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 혼자 살기가 쉽지 않다. 독서로 소일하려 해도 책방에 한국책이 있는가? 동남아에서 현지어를 모른다면 영어라도 어떻게 의사소통이 되어야 햄버거라도 사먹을 수 있을 터인데 영어를 구사하는 노인이 한국에 많지 않다.
문제는 그 것만이 아니다.
외국에 나오면 한국인을 믿기가 어렵다. 틈만 있으면 베껴먹으려 드는 사람이 많다. 자영업으로 외국에서 아이들 가르치고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업종도 한국만큼 다양하지 못하다.
외국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게 극히 제한 되어 있다.
방콕의 경우 한국 식당이 포화 상태이다. 대략 10% 정도를 빼고는 현상 유지도 어렵다. 그렇다 보니 작자가 나타나면 장사가 잘 되는 것 처럼 감언이설로 바가지 씌워 팔아 치우려는 식당이 많다. 한국인이 많이 하고 있는 자영 업종인 가랑오케 룸쌀롱 마사지 집 의류 가게 골프 용품 가게 식품 가게등이 대략 이 식당의 현실과 비슷하다.
선진국은 노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노동을 하면 숙 식은 해결되는 것이 선진국 이다.
동남아에서는 노동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없다. 싼 자국인 인력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어쩌다 이런 식당 카라오케 따위를 인수 해서 한다고 할 때
듣던 것과 달리 장사가 잘 안될 것이다.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됐다면 팔려고 내놓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원금을 까먹어야 되는 지경에 이르면 급전이라도 돌려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래야 다른 작자에게라도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의 이 급전이라는 것은 함정이기 쉽다. 깡패 조직이 돈을 움직이고 있고 이자라도 제 때에 갚지 않으면 깍두기 머리에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해결사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들이 주먹을 휘두루지 않는다 해도 이들의 언어 폭력을 감수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이르면 ‘황제와 같은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진다.
아이들을 가르쳐야 되는 입장이라면 문제는 좀 더 어려워 진다.
태국인 학교에 보낼 수 없으니 국제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야 되는데
한국인이 선호하는 일류 국제 학교는 6개월 한학기 등록금이 천만원이다. 1년에 2천만원이다. 이는 초등학교 중 고등학교가 비슷한 액수 이다.
두명을 가르칠 경우 1년에 아이들 학비만 4천만원이 된다.
자동차 한 대 가지고 아이들 두명 국제 학교에 보내면서 외국인으로서 최소한의 체면 유지를 하고 살 수 있는 선이라면 연수입 7천만원은 되어야 한다.
나는 태국에서 오래 산 사람이기 때문에 이 수치는 상당히 현실 감각이 있는 수치 이다. 이주 여행사나 언론이 주먹 구구식으로 내놓은 수치가 아니다.
그러나 이 수입도 겨우 체면 유지 하고 사는 정도 이지 ‘황제와 같은 생활’ 과는 거리가 멀다. 게다가 여기에는 비상 대책 예산이 들어 있지 않다.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된다는지 자동차 사고라도 나게 되면 개인 회사에 자기가 보험을 들지 않았을 경우 모두 자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불상사를 당하게 되면 한국의 친지나 지인에게 빌려야만 하는데 이렇게 되면 생활에 주름이 가고 고통을 당하게 된다. 한국에서도 황제와 같은 생활이 안된다면 어떻게 동남아에 나와서 황제와 같은 생활을 기대하겠는가?
'기억하고 싶은 말들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출도 `워크아웃` 하라 (0) | 2006.11.16 |
---|---|
줸장 울뻔했다.... 크흠...(실화라네요) (0) | 2006.11.16 |
그녀는, 로맨틱한 침실보다 세련된 주방을 원해 (0) | 2006.11.15 |
[은퇴이민 Ⅰ] 은퇴이민 열풍 (0) | 2006.11.15 |
“월급70% 이자로 내도 집 사둬야 안심” (0) | 2006.11.1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