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느 시내 곳곳에서 주차된 오토바이크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 원정대는 5박 6일 일정으로 프랑스의 칸(깐느)과 안티베(앙띠브), 그리고 파리(빠리)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칸과 안티베, 파리를 둘러보는 동안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 중 하나는 거리마다 넘쳐나는 모터바이크와 소형 승용차, 자전거, 도보자의 행렬이었다 .
거리의 풍경에서 오토바이크가 빠지는 일은 없다
거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찍을 때면 사진 구석구석에 포착되는 모터 바이크와 자전거, 소형 자동차를 만날 수 있다.
우리가 거리에서 마주친 주유소들을 살펴보니 휘발유의 가격은 리터당 1.2 유로(2천원) 정도였다
물론 우리나라 보다는 비싸지만 프랑스의 국민 소득(우리의 1.8배 수준)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을 알 수 있다.
오토바이크 사이로 걸어가는 살찐 스파이더 맨?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인들이 치솟는 유가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원래부터 유럽은 소형차의 천국이었다. 소득 수준에 맞지 않게 중대형 차를 끌고 다니는 국민은 미국인과 한국인 뿐이다.
유럽은 중대형차의 구매를 억지하기 위해 일부러 도로의 차선 폭을 좁게 만들었다. 그리고 도로를 줄인 자리에 보행자 인도를 넓혔다.
곰인형을 안고 있는 승려. 그의 옆에도 어김없이 바이크가
물론 프랑스 거리에서 마주치는 오토바이크들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들보다는 훨씬 더 고급스럽고 큰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면허증과 번호판 없이 탈 수 있는 50cc 바이크 같은 것은 거의 볼 수 없었고, 대부분 번호판을 단 200cc 내외의 바이크였다.
그런데 그들은 오토바이크를 레져 용이 아니라 자동차 대용으로 타고 다닌다는 점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 특히 여성 바이커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 오토바이크들이 거의 다 새 것인 것으로 보아 오토 바이크 열풍이 오래된 문화는 아닌 듯 싶었다.
여성 바이커들도 적지 않은 프랑스 거리
많은 프랑스인들이 소형차 조차 부담스러워 오토 바이크를 타고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고, 심지어 먼 거리도 걸어다니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이해해야 할까?
우리보다 국민 소득도 높고 원유 수급 문제에 있어서도 우리보다 여유가 있는 프랑스 국민들이지만, 그들은 분명 석유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기본 요금이 1유로(1천6백원) 정도인 버스비와 2유로 정도인 지하철 요금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물론 그 이유라는 것이 경제적인 부담 때문인지, 정책적인 문제인지, 환경을 생각해서 인지는 내가 판단할 수 없는 문제이다.
영화 광고판 옆을 유유히 지나는 바이커
중요한 것은 세계 모든 국가들이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 뿐만 아니라 거대 산유국들 조차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내 최고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리터 당 2천원을 돌파하였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차들은 줄지 않고 있으며 신형 중형차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이다.
멋진 바이크 앞에서 사진 한 장 찰칵
정부가 유류에 매기는 세금을 더 줄여주지 않는다고,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불평만 할 뿐 자기 자신의 생활 패턴을 바꿀 생각은 못하는 것이 우리이다.
물론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정유사의 폭리를 차단하고, 관련 세금을 낮추는 것도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근본적으로 이제 우리 국민들이 삶의 양식에 있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자기 편한 것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가와 환경이라는 거대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절실한 문제이다. 자동차가 물가 부담과 생활고의 원인 되기 때문이다.
인구 8백만에 오토바이크가 3백만 대인 베트남 호치민 시내 풍경
내가 베트남 호치민을 방문했을 때 정말 놀란 것은 그 많은 오토바이크 숫자 때문이었다.
인구 8백만의 도시에 오토바이크가 3백만 대나 된다는 말을 듣고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한 달 월급이 10만원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몇 백만 원짜리 오토바이크를 어떻게 타고 다니는지도 의문이었고,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그다지 싸지 않은 휘발유 가격(2004년 기준 600원 정도)은 또 어떻게 감당하는지도 의문이었다.
주차된 바이크들이 깐느의 멋진 거리 풍경과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어쨌거나 베트남인들에게 오토바이크가 필요한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같은 집에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살다보니 돌아가며 집을 떠나 있어야 할 필요도 있었고, 더운 기후로 인해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부적합한 이유도 있었다.
또 오토바이크는 갈 곳 없는 청춘 남녀의 데이트 수단이기도 했다.
베트남은 지하 경제 규모가 워낙 커서 자국의 석유 소비를 통해 국가가 세금을 확보할 필요성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베트남은 상당한 산유국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동차 대신 오토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것이었다.
성인 비디오를 판매하는 상점 앞에도 바이크들이 거리낌 없이 서 있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자가용을 꼭 끌고 다녀야 할 이유가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았다.
땅 덩어리도 좁고 도로는 항상 막히고, 대중 교통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는데 왜 어딜 가든 자가용을 끌고 다녀야 하는가 하는 의문 말이다.
게다가 우리 나라는 땅을 수 백 미터를 파도 석유라곤 구경도 할 수 없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다들 자가용을 신발처럼 끌고 다니며 이런 저런 이유들을 댄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우리 국민들은 정말이지 거짓말쟁이다.
특히 에너지 관련 세금에 관해서 말하자면 아주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 같다.
파리 센느 강변을 끼고 도는 도로에도 오토바이크들이 질주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지형과 기후 상 오토 바이크가 부적합 측면도 있다.
일단 추운 겨울이 존재한다는 점이고,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도 지내야 한다.
그렇지만 그런 기후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바로 한국인들의 체면 문화이다.
자신의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남들보다 좋은 차를 타야 자존심이 선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 오토 바이크는 정말 체면 구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파리 루브르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채영. 그녀의 어깨 너머에도 자전거가 보인다
이제 우리 국민들도 허황된 체면과 자존심을 버릴 때가 왔다. 아니 유가가 점점 치솟을수록 변화로의 압박은 선택이 아니라 강요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젊은이들 사이에 바이크 열풍이 서서히 불고 있다. 가난한 젊은이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의 실용성도 엿보인다.
얼마 전 오토 바이크에게 질주가 가로 막힌 외제차 운전자가 오토바이크 운전자를 시속 100km로 들이받아 즉사시킨 뉴스가 보도되기도 했다.
아직은 이것이 현실일 것이다.
하지만 자존심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프랑스인들도 변하고 있다.
우리도 뭔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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