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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고 싶은 말들/생활

[레저] 미니 자전거 ‘미니벨로’ 날로 인기 쌩쌩

by robust_Lee 2006.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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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저] 미니 자전거 ‘미니벨로’ 날로 인기 쌩쌩
젊은이들이 최근 즐겨 타…작고 운전하기 쉬워 도심에서도 주행 가능

▲ 미니벨로 등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자출족'이 크게 늘고 있다.
9월 22일은 ‘세계 차 없는 날(Car-Free Day)’이었다. 이날은 1997년 프랑스 서부의 작은 도시 라로셸에서 ‘도심에서는 자동차를 타지 맙시다(In town, without my car)’라는 구호와 함께 시작됐다. 좀 더 인간적이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의 이 행사는 이후 유럽 각지로 퍼졌고 작년에는 37개국 1500여개 도시로 뻗어나갔다.

한국도 동참하고 있다. ‘세계 차 없는 날’을 맞아 서울시와 환경부, 산업자원부, 각종 환경단체가 공동으로 ‘자전거 대행진’ 행사를 열었고, 10월에는 자전거학회도 설립해서 자전거 타기를 장려할 예정이다. 하지만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의 이용률이 네덜란드는 43%, 독일은 26%, 일본은 25%이나 한국은 3%에 그치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초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10억원의 예산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9월 17일에는 서울시에서 ‘자전거 조례’를 발표, 2010년까지 자치구마다 대형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고 이곳에 수리, 보관, 대여를 하는 센터를 갖추겠다고 했다. 또 자전거 도로 확충은 물론 박물관, 미술관 등지에 자전거를 타고 오는 관람객에게는 입장료를 할인해줘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꾀하고자 한다.

이 같은 추세에 ‘웰빙 열풍’과 ‘유가 상승’이 맞물려 자전거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자출족(自出族·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의 자전거 판매는 2004년 2000여대였던 것이 작년에는 1만대를 넘어섰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이미 1만대를 넘어섰다. 인터파크 역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0%의 성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니 자전거 ‘미니벨로(minivelo)’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대학생 박진우(26)씨도 ‘미니벨로 매니아’다. 프랑스어로 ‘velo’는 자전거를 의미한다. 따라서 미니벨로는 소형 자전거다. 그 기준이 명확히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바퀴 직경이 20인치 이하인 자전거를 미니벨로라 하며 20·16·14인치가 주종을 이루고 있고 6인치짜리 미니벨로도 있다.

폴딩(접이식) 미니벨로를 가지고 있는 그는 등굣길에 자전거 가방을 들고 대문을 나선다. 자전거를 들고 끙끙대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집 앞에서 자전거를 펼치는 모습에는 여유가 넘친다. 지하철역에 도착해서는 다시 자전거를 접고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을 타고도 공간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

지하철을 내려서는 다시 자전거를 펴고 학교로 향한다. 등교하는 학생으로 북적대지만 박씨의 자전거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 잘 달린다. 건물에 도착해서도 자전거 보관대에 둘 필요가 없다. 접어서 들고 강의실로 향한다.

미니벨로는 특정한 자전거 브랜드가 아니라 ‘작은 자전거’를 의미하기에 종류와 형태도 다양하다. 기어가 없는 것에서부터 4단·7단·14단 기어가 장착된 것도 있고, 색상도 다채로우며 폴딩(접이) 기능을 가진 것도 있다. 폴딩에서도 가운데가 접어지는 것, 앞뒤 바퀴가 안쪽으로 접어지는 것 등으로 다양하다.

가격 역시 천차만별. 20만~30만원대에서부터 200만원이 넘는 고급형 미니벨로도 있다. 무게는 9~13㎏ 정도이지만, 7㎏ 이하의 초미니벨로도 있다.

 

미니벨로 형태의 자전거는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런데 이전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운반의 편이성으로 각광을 받으며 신세대 중심으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전남대 자전거 동아리 ‘노란자전거’의 정은택(24)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MTB(산악용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주종이었으나 지금은 미니벨로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삼천리자전거도 올해부터 디자인과 기능성을 고려한 미니벨로 ‘이지바이크(ezbike)’를 생산 중이다.

▲ 미니벨로는 특히 운반이 용이하다.(위) 미니벨로 바퀴(오른쪽)는 일반자전거 바퀴의 1/3크기다.
미니벨로의 인기 상승에는 ‘운반 편이성’을 위한 폴딩 기능 향상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접고 펴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수입품인 스트라이다(straida)와 삼천리자전거의 이지바이크는 삼각형 모양의 형태로 자전거 프레임의 가운데를 꺾어서 접는 것이 아니라 아래쪽의 프레임만 위로 당기면 되는 것이다. 모비키 지니어스(mobiky genius)의 경우는 안장을 들어올리고 앞뒤 바퀴를 좁혀 ‘M’자 형태로 접는 방식이다. 항상 옆에 둘 수 있는 미니벨로는 도난의 위험을 줄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성도 쉽게 운반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유진서(25)씨는 “일반 자전거는 도둑맞기 쉽죠. 그런 면에서 폴딩 미니벨로는 매력적이에요. 어딜 가든 주위에 둘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자전거 동호회 활동을 하는 조양지(23)씨는 “바퀴가 작은 만큼 핸들 조작이 부드러워 여성도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운전할 수 있다”면서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편하고 다른 교통수단과 쉽게 연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핸들링이 좋으며 크기도 작아 복잡한 거리에서도 주행할 수 있는 ‘도시형 자전거’이다.  또 앙증맞은 디자인도 미니벨로의 인기 상승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학생 박진우씨는 미니벨로를 선택한 이유로 “예쁘다”는 것을 들었다. 미니벨로는 작은 바퀴에 걸맞은 아담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개성 있고 세련된 것을 찾는 젊은이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것이다.

㈜이티바이크의 전현철씨는 “이전에는 MTB를 찾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 젊은 고객은 미니벨로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퀴가 작아 발생하는 단점도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수근(35)씨는 “바퀴가 작기 때문에 평지는 괜찮지만 경사나 요철이 있는 곳에서는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바퀴를 두껍게 한 자전거는 평지 주행시 페달을 밟는 데 더 큰 힘이 든다는 단점이 있으며 작은 바퀴로 턱을 넘기 위해 역시 더 많은 힘을 들여야 한다.

중학생 이민성(14)군은 “오르막길은 올라가기 버거울 때가 많다”고 했다. ㈜이티바이크측에서는 “자전거 조작이나 기능 면에 있어서 성인이 타기에 가장 이상적인 바퀴크기가 26인치인데, 미니벨로는 20인치 이하이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국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 미니벨로를 타기 어렵게 한다. 최하윤(27)씨는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을 탈 때 제지를 당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지하철 수하물 기준에는 운동 및 오락용구로 길이가 2m 이하인 것을 휴대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자전거사랑전국연합회의 박성민 부장은 “자전거가 교통수단이 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도로 가장자리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설치해야 하고 대중교통과 연계할 수 있어야 자전거 생활화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색 자전거


◆ 삼각형 모양의 접이식인 스트라이다(Strida)


▲ 스트라이다
미니벨로의 한 종류로 삼각형 모양의 접이식 자전거이다. 1987년 영국 마크 샌들러가 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내 마음 속의 자전거’라는 만화책을 통해 소개됐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9.8㎏의 경량으로 들고 다니기도 쉽다. 또한 체인이 아닌 케블라(고강력 인조섬유) 벨트를 사용하여 옷에 기름때가 묻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비를 맞으면 습기가 차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문제가 있다. 가격은 45만 7000원.

◆ 누워서 타는 리컴번트(Recumbent)

말 그대로 ‘누워서 타는(recumbent)’ 자전거다. 19세기 중반 맥밀란 벨로시페드(Macmillan Velocipede)와 샬랜드 리컴번트(Challand Recumbent)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알려진 것은 20세기 들어와서이다.

▲ 리컴번트
1933년 찰스 모쳇(Charles Mochet)이 ‘벨로카’라는 뒤로 누운 자전거를 만들었고, 프랑수아 포레(Francois Faure)가 당시 20년 동안 깨지지 않던 속도와 기록을 넘어서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 세계사이클연맹에서는 자전거로 인정하지 않는다.

등받이 안장이고 핸들보다 페달이 앞쪽에 있다. 누워서 타기 때문에 장시간 운전해도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고 안정적이며 시야확보가 용이하다. 공기저항을 적게 받아 보통의 자전거보다 훨씬 빠른 속력을 낼 수 있다. 가격은 100만~450만원까지 다양하다.

◆ 달리기 하듯이 타는 보드러너(Boardrunner)

▲ 보드러너
리컴번트가 누워서 타는 자전거라면 보드러너는 서서 타는 자전거이다. 미국에서 개발된 신종 자전거인 보드러너는 2003년 11월 국내에 도입됐다. 운동기구 스텝퍼와 유사하며 달리기 하듯이 타면 되기 때문에 배우기도 쉽다.

허벅지와 복부의 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으며 안장이 없고 안정적일 수 있도록 페달이 넓다. 앉아서 타는 것보다 엉덩이와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장점이 있다. 가격은 20만원 정도다.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  ihseo@chosun.com
*이 기사에는 이성혁(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인턴기자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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